Happy Present Meet
Humperdinck : Hansel Und Gretel/ Markus L.Frank
전혀 새롭게, 그러나 훈훈하게 재해석한 크리스마스 동화 오페라
겔베르트 훔페르딩크(1854~1921)의 <헨젤과 그레텔>은 그림 형제의 동화에 바탕을 둔 어린이 오페라다. 서구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장 인기있는 오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명(同名)의 우리나라 영화가 그러하듯이 이면에는 잔혹한 상징이 숨겨져 있다. 먹을 것이 없는 배고픈 아이들,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가난한 부모, 아이들을 잡아먹는 숲속의 마녀, 남매에 의한 마녀 살해 등등... 게다가 훔페르딩크의 음악은 동요를 이용하거나 기도 장면을 삽입하는 등 아름다운 부분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바그너 식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무척 근대적이다.
그러나 이 영상물은 전혀 새로운 시각을 취했다. 과자의 집은 마녀가 사는 곳이 아니라 가난한 남매의 부모가 몰래 공들여 준비한 크리스마스 파티로 말이다. 따라서 아버지와 마녀는 일인이역이다. 그렇다면 마녀를 화덕에 밀어 넣는 부분은 어떻게 했을까? 이런 문제들을 연출가 요하네스 펠젠슈타인은 납득할 만하게 처리해 나간다. 독일 중동부에 있는 데사우의 안할트 극장은 독일의 대표 극장은 아니지만 2007년의 본 공연은 아기자기한 무대와 아름다운 색감, 젊은 연주자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최상의 가족오페라로 창조되었다.
- 독일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중 훔페르딩크는 건축학도로 출발했다가 음악으로 전향했다. 특이하게도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바그너를 만나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만년의 바그너는 그에게 바이로이트로 와서 자신을 도울 것을 제안했다. 훔페르딩크의 대표작은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왕의 아이들>이다. 둘 다 동화를 원작으로 한 것이니 바그너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면서도 소재의 선택만큼은 차이를 둔 셈이다.
- 1893년에 초연된 <헨젤과 그레텔>은 순식간에 독일에서 가장 널리 공연되는 오페라의 하나가 되었고 훔페르딩크의 악보는 사실주의와 동화가 결합된 대본에 훌륭하게 대응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관현악은 굵직하면서도 섬세하게 교향악적 요소들을 짜나갔으며 민요나 찬송가에서 유래된 독립적인 주선율도 전달한다. 마녀는 3막에 처음 등장하지만 그 위협적인 분위기는 오페라의 첫 장면부터 암시된다. 마녀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테너나 바리톤이 맡기도 한다. 아무튼 남자 가수가 필수적인 것은 아버지 역 뿐이므로 이 오페라는 여학교에서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한 레퍼토리로 선호된다.